
왜 그렇게 죽어라고 뛸까?
먼저, 다시 한 번 유지원 님께 명복을 빌고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하려는 질문은 아니고요. 전 이 질문에 제대로 반박할만한 논리를 알아두고 외우고자 합니다.
저 질문은 방금 저희 아버지께서 이번에 안타깝게 돌아가신 그분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왜 선수도 아닌데 그렇게 죽어라고 뛰나?”
아무리 저희 아버지의 말씀이지만, 듣자마자 ‘왜 굳이 저렇게 말씀하시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조건반시적으로 튀어나왔거든요.
그렇다고해서 저희 아버지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애초에 이 글은 저희 아버지 나무라려는 의도로 쓰는 글도 아니고, 누구든, 어떤 지인이라도 비슷한 말씀을 하실겁니다. 특히 러너가 아닌 분들은 더욱 그렇겠죠. 진짜 몰라서 하실 수도,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하셔서 하실 수도, 또는 그저 걱정되서 하실 수도 있죠. 이유야 여러가지겠죠.
다만 이 질문은 안전과 건강문제도 겸하는만큼 좀 더 심오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바로 대들고싶은 욕구를 참았습니다. 논리를 제대로 깆추지 못하면 괜히 제가 역공을 당하고 말싸움만 느러지면서 감정만 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 질문은 저한테 하는 질문같기도 합니다. 또, 마라톤 또는 달리기에만 국한된 질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좇는데 나이 30대 되도록 영화판에 못 들어가고 있고, 재취업도 1년 넘게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도전, 도전, 또 도전하고, 도중에 좀 엉뚱한 것도 하게되죠. 그 와중에 마라톤도 하면서 첫 풀코스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저 들으라고 하신 말씀같기도 합니다.
일단 저는 마라톤이든 자기 직업이나 전공이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생기고 그걸 한다면 그 안에서 인정받으면서 자신이 만족할만한 최고점을 찾아가는게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끝까지 해봐야만 안다.’라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자기만족이든 공적인 것이든 관심이 끌리면 거기에 한해서는 끝장을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끝장을 볼 때까지, 그 하나를 위해 살신성인 계속 도전해서 끝내 그 뜻을 이뤄내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삶이 아닌가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열심히 기를 쓰고 도전하다가 안타깝게 떠나가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마 아버지의 질문에 이런 뉘앙스도 있겠죠.
사실 ‘선수도 아닌데’라는 수식어가 더 기분나쁘게 합니다. 선수만 열심히 해야한다는 법도 없고, 열심히 뛰다가 선수 하지 말란 법도 없죠. 이것도 잘하면 인정받고 수익도 낼 수도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에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나?‘하고 따지는 게 어불성설 같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좋은 점만 생각하고 가기엔 이렇게 위험한 이면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이런 질문은 비록 기분 나빠서 띠지고싶지만 차라리 ’나는 왜 이렇게 달리는가?‘로 질문을 바꿔 생각하면서 그 ’왜?’를 찾고싶은데 쉽지는 않네요. 따지려면 이왕이면 상대가 절대로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논리로 따지고 싶은데 말이죠.
그래서 여러분들 의견도 궁금합니다.
선수든 아니든…
아니, 결승점 하나를 두고 오랜 시간을 달리는 건 인생이나 마라톤이나 마찬가지니까 마라톤이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니, 우리 모두 자기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뛰는 선수겠죠.
여러분들은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달리시나요?
이 질문을 또 다르게 바꿔서
왜 이 인생을 그렇게까지 열심히 사시나요?
이 답을 모으다보면 제 논리도 어느 정도는 더 완고해질 것 같아서 궁금합니다.
어렵겠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되서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좀 더 조심해서 달립시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제목으로 쓴 저 말씀을 듣고 순간 기분 나빴고, 제 고민을 나누면서 의견들 모으려고 쓴건데, 쓰다보니 길어지면서 또 착집해지네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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